Reading

스타트업 생존기

국어를 가르치고, 옷이나 카드를 파는 일등 이런 저런 일을 할때
미래에 대해서 많이 상상해봤지만,
IT회사에서 일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산 후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저는 그동안 헬스케어 어플 '인아웃'을 개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발은 재밌습니다!

 

0 ~ 3개월

회사에 처음 왔을 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ㅠ
온보딩도, 개발자도, 제대로된 기획서부터 IT와 완전 거리가 먼 회사였습니다..
모두가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재밌어보여서 도전했습니답.. 이 부분에 대해서 마지막에 말하겠습니다.
저런 문제들에 별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전하는 성향이 저랑 잘맞았어서..

출근 첫날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일할지 계획을 잡고,
제가 모르는 것이 무엇이고,
이걸 만들기 위해 예상되는 난점과,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했고,
어떤 부분을 학습해야할지 정했고,
현재 아는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건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일하는 내내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출근 첫날부터 제일 늦게 새벽에 퇴근했고, 3개월 내내 거의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회사 라운지에서 잠을 자기도 하며, 개발 외적인 일들을 포함해 '인아웃'을 출시하기 위해 모두가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몰입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고,
처음 서울로 올라와서 일하면서 느꼈던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 6개월

웹을 출시하는 단계.
처음에 '인아웃'은 어플이 아닌 웹으로 출시했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SPA방식을 고집했는데, 그러길 진짜 다행이었습니다. 첫 출시 때에 팀원 3명에서 같이 식탁에서 맥주를 먹었었는데, 이때 정말 두렵고 (뭐가 안될 까봐..), 행복했습니다.
가슴이 엄청 떨렸고, 유저들이 계속 가입하는데, 첫날 500명 600명이 찍혔던 때가 기억납니다. 회사 사정상 어플을 배포해야했는데..
팀 내엔 어플 생태계에 대해 아는 사람이 1명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시키진 않았지만,
알아서 어플을 공부하고, 해외사업자 DUNS 발급부터, 어플 배포까지 전부 혼자 2주동안 밤새서 하고, 어플을 배포했습니다.

ReactNative expo로 배포했고, 추후 sdk등 문제가 너무 많아서 cli로 마이그레이션ㅠㅠ

 

6 ~ 11개월

어플을 배포하고 난 뒤, 그때 부터는 끊임없는 기능 개발과 유지보수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SI가 아니면 뭘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했기 떄문에.
좋은 코드를 짜지 못했고,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다.
이런 의심들이 계속 들며, 괴로워할 때
누군가는 이상없이 돌리고 있는 것 자체가 잘하고 있는 거라며 위로했지만,
이래서는 안된다고 자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팀원들을 믿고 계속 작업했습니다!
이젠 프론트 개발자1명도 있으니까, 조금 더 백엔드에 집중할 수 있었기도 하고..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결국 시리즈A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때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내내 즐거웠습니다.
야생에서의 저를 검증한 것 같기도 하고,
열심히 도전한 것에 대해 보상받은 느낌이었어요.

매일 아침마다
앱스토어에서 어플 순위를 확인했습니다..
올라가 있으면 기뻤습니다.

건축가가 자신이 만든 건물을 보는 느낌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만든 이 어플이 절대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시간이 지나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유저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2개월 ~

어쩌건 저쩌건 1년을 해보고 느낀 점은 개발은 재밌습니다!

 

스타트업과 주니어 개발자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주니어 개발자들에게 조언할 때
사수가 없는 곳을 가지말라,
팀 규모가 있는 곳에 가야하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가야한다.
개발 문화가 있어야된다.

이런 식의 워딩을 자주 하는데, 정말 옳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의 집단 지성적 특성, 논의를 할 수 있는 팀원의 유무, 팀원의 성향등은 본인,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꼭 저런 곳이 아니더라도 본인 성향만 맞으면 황무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아직 실력도 좋진 않고, 경험도 부족하겠지만,
스타트업에서 혼자 일하면서, 나쁘지 않게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발 직군 외에도 좋은 팀원들이 있었기 떄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모든걸 정석적으로 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부분과 부딪치면서, 내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팀 규모가 좀 있는 곳과, 황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갈 수 있었는데,
황무지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Read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간 개인 회고  (2) 2023.07.18
유난한 도전 - 경계를 부수는 사람들, 토스팀 이야기  (0) 2023.05.28
MP Team 회고  (2) 2023.03.03
  (2) 2023.02.03
학교 & 학원 생활  (0) 2021.03.16